CCL 시험 공부법 및 꿀팁
1편에서는 CCL 시험이 뭔지, 형식과 비용, 신청 방법까지 정리했다. 이번 편에서는 내가 실제로 어떻게 공부해서 합격했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풀어보려 한다.
첫 단추: CCL 마스터클래스
제일 먼저 한 건 CCL 마스터클래스라는 강의에 등록한 거였다. 비용은 200달러 정도였는데, 혼자 무작정 기출문제만 붙잡고 있는 것보다 시험 구조와 감점 포인트를 체계적으로 짚어주는 강의를 들으면 훨씬 수월하겠다 싶었다. 참고로 이런 강의는 계정을 구매 후 다른 사람이랑 나눠 쓰거나, 합격한 뒤에 필요 없어진 계정을 다시 되파는 경우도 종종 있다. 제이슨의 PTE 사이트에 가입 후 알아보면 된다.
마스터클래스 안에는 토픽별로 자주 나오는 핵심 단어와 표현을 애니메이션 형태로 짚어주는 강의들이 있고, 실제 시험과 비슷한 시나리오로 연습할 수 있는 커리큘럼이 순서대로 짜여 있다. 정해진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구조라,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막막한 사람한테는 시간을 꽤 아껴주는 편이다.
돈 쓰기가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유튜브의 시드니 CCL 스터디 채널을 추천한다. 실제 기출과 비슷한 유형의 연습 자료들을 볼 수 있어서, 마스터클래스 없이도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다.
어떤 자료로 공부하든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하루 날 잡아서 몇 시간씩 몰아 하는 것보다, 1달 이상 매일 3~4 dialogue씩+ 생소한 단어 정리로 계속 감을 유지하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었다. 통역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가능한 영역이라,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몰아쳐서 통과할 수 있는 것은 애초에 실력이 좋은 사람이니 우리는 꾸준히 열심히 하자.
어느 언어로 노트를 쓸지 정하기
공부를 시작하면 제일 먼저 정해야 하는 게 하나 있다. 들은 내용을 노트에 적을 때 영어로 다 쓸지, 한국어로 다 쓸지, 아니면 들리는 언어 그대로(영어는 영어로, 한국어는 한국어로) 적을지를 정해야 한다. 나는 전부 한국어로 적었는데, 이게 나한테는 더 잘 맞았다. 결국 통역해서 말로 뱉어야 하는 최종 언어가 바뀌더라도, 노트 자체는 내가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쓸 수 있는 언어로 쓰는 게 낫다고 느꼈다.
감점 기준을 이해하고, 반복(repeat)을 전략적으로 쓰기
시험은 90점 만점이고, 정보 누락이나 잘못된 통역, 문법 실수, 지나친 침묵 같은 요소들 때문에 점수가 깎이는 방식이다. 대화는 총 두 개가 나오고, 대화당 한 번씩은 페널티 없이 다시 들을 수 있는 반복(repeat) 기회가 주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repeat을 한다고 탈락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감점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서는 감점을 감수하고 repeat을 해도 된다는 것이다. 나는 한 segment을 통째로 놓칠 것 같다는 느낌이 들면, 감점을 감수하더라도 반복을 선택했다. 문장 하나를 완전히 날리는 것보다는 반복 한 번 추가로 쓰는 게 점수에 덜 타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험에서는 첫 번째 dialogue에서 세 번, 두 번째 dialogue에서 한 번 반복을 썼다. 결국 핵심은 반복을 아예 안 쓰는 게 능사가 아니라, 반복해서 얻는 이득과 정보를 놓쳐서 잃는 손해를 그때그때 판단해서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는 점이다.
노트테이킹: 문장 끝마다 슬래시(/) 긋기
들은 내용을 받아 적을 때는 문장이 끝날 때마다 슬래시(/)를 긋는 걸 추천한다. 한 번 말할 때 화자가 최대 네 문장까지 몰아서 말하는 경우도 있는데, 애초에 문장을 통째로 받아 적는 건 불가능하다. 핵심 단어만 짧게 줄여서, 슬래시로 문장 단위만 구분해두는 식으로 적어야 한다.

위 예시처럼 문장을 다 적으려 하지 말고, 핵심 단어와 슬래시로 구조만 표시해두면 나중에 통역할 때 순서와 내용을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다.
토픽별 어휘장 만들기
문제를 풀다 보면 자꾸 막히는 단어나 표현들이 있다. 한국어에서 영어로 딱 떨어지게 직역이 안 되는 단어들이 생각보다 많다. 예를 들면 “과장님”이나 “반장님” 같은 호칭은 영어로 한 번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것들을 워드 파일에 표로 따로 정리해두고 반복해서 보는 걸 추천한다.

목표는 듣자마자 반대 언어 단어가 바로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까지 만드는 거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나 말고 다른 합격 후기들을 찾아봐도 방법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사람은 따로 강의도 안 듣고 시드니 CCL 스터디 유튜브 영상만 몇 번 돌려보고 시험을 봤는데, 그것만으로도 연습은 충분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반대로 시험 하루 전날에야 벼락치기로 준비했다가 생각보다 어려워서 애먹었다는 후기도 있었는데, 이 사람은 최소 한 달 전부터는 노트필기법과 통역 방식에 미리 익숙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통적으로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시험 문장 구조 자체는 그렇게 복잡하지 않아서, 연습량보다 어휘력을 늘리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 실제로 평소에 관심 있는 분야(이민, 부동산, 의료 등)의 단어를 많이 알고 있으면 그 주제가 나왔을 때 훨씬 수월했다는 후기가 여럿 있었다. 다른 하나는 나티 공식 홈페이지의 연습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들 유튜브나 개인 블로그에서 공유하는 추가 연습 자료를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는 그 시간을 마스터클래스로 아꼈던 셈이다.
결국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꾸준히 연습해서 시험 형식에 익숙해지는 것과 어휘력을 채워두는 것, 이 두 가지는 누구한테나 공통적으로 중요했다. 여기까지 준비되면 실전에서 크게 무리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실전 답변 요령
공부만큼 중요한 게 시험장에서의 답변 습관이다. CCL은 대화를 듣고 5초 안에 통역을 시작해야 하고, 전체 시험 시간은 20분으로 제한되어 있어서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문장을 다 외워서 옮기려 하지 말고 전체적인 의미를 전달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게 훨씬 낫다. 단어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다 오히려 문장이 꼬이고 시간을 잡아먹는 경우를 많이 봤다.
호칭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대화 속 인물의 이름을 굳이 그대로 옮기기보다 “아버님”, “어머님” 같은 존칭으로 자연스럽게 바꿔주는 게 실제 통역 현장의 화법에 가깝다. 그리고 “I think”를 습관처럼 남발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평가자 입장에서는 확신 없는 통역처럼 들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어 표현을 영어로 옮길 때 직역하면 오히려 어색해지는 문장들이 있다. 예를 들어 “그게 최선일 것 같아요”를 “It may be best..”처럼 그대로 옮기기보다 자연스러운 영어 문장으로 재구성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렇게 토픽별로 정리한 단어장은 다음 글에서 따로 정리해서 올렸다. 공부하면서 직접 만든 자료라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혹시 사용하고 싶은 분이 있다면 아래 댓글이나 이메일로 사용한다는 말 한마디만 남겨주고 써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