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은행 통장 개설, 장단점 비교 총정리
호주에 처음 오면 핸드폰 개통이랑 계좌 개설부터 하게 되는데, 막상 은행을 고르려고 하면 어디가 좋은지 감이 잘 안 온다.
익숙한 이름도 아니고, 주변에 물어봐도 다들 자기가 쓰는 은행 얘기만 하니까. 나도 처음엔 남들이 다 쓰길래 별 생각 없이 시작했고, 몇 년을 쓰다 보니 이제야 은행마다 뭐가 다른지 눈에 들어온다.
이번 글에서는 호주 은행 통장 개설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부터 거래계좌 월 유지비, 그리고 Up · ING · CommBank · ANZ 네 곳의 세이버 계좌 이자율과 조건까지 한 번에 정리해봤다. 여기 나오는 숫자는 전부 글 쓰는 시점인 2026년 7월 기준으로 각 은행 공식 페이지에서 직접 확인한 것들이다.
호주 은행 통장 개설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
호주 도착 전에 미리 계좌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CommBank는 입국 14일 전부터 온라인으로 미리 개설할 수 있고, 이때는 호주 주소가 없어도 된다. 대신 계좌를 연 뒤 20일 안에 지점에 여권을 들고 가서 신분 확인을 해야 하고, 확인 전까지는 입금도 결제도 안 된다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관광비자(600, 601, 651)로는 개설이 안 되는 것도 참고.
ANZ 쪽은 ANZ Plus라는 앱 전용 뱅킹이 있어서 지점 방문 없이 앱만으로 계좌가 열린다. 아직 정착할 주소가 없다면 임시 숙소 주소로 가입했다가 나중에 바꾸면 되고, 실물 카드가 도착하기 전에도 Apple Pay나 Google Pay에 가상 카드를 등록해서 바로 쓸 수 있다.
가입할 때 사소하게 헷갈리는 것들도 있다. 국적이나 출생 국가를 고르는 칸에서 한국은 South Korea가 아니라 “Korea, Republic of”로 올라와 있는 경우가 많아서 목록에서 한참 못 찾고 헤매기 쉽다.
호주 외 국가에 tax residency가 있냐는 질문도 나오는데, 한국에 소득이나 납세 의무가 남아 있지 않다면 대부분 해당이 없다. 있다면 해당 국가의 TIN(한국은 주민등록번호)을 같이 요구하기도 한다.
거래계좌 월 유지비, 은행마다 다르다
세이버 얘기 전에 월급 받고 카드 긁는 기본 거래계좌부터. 의외로 여기서부터 은행마다 차이가 난다.
CommBank Smart Access는 월 $4의 유지비가 있는데 매달 $2,000 이상 입금하거나 만 30세 미만이면 면제되고, 카드는 Debit Mastercard가 나온다. 지금은 2026년 9월 18일까지 첫 계좌 개설 시 최대 $50 캐시백을 주는 프로모션도 하고 있다.
ANZ Access Advantage는 월 $5에 역시 $2,000 이상 입금 시 면제되고, 카드는 Visa Debit이다. 다만 같은 ANZ라도 ANZ Plus의 Everyday 계좌는 유지비 자체가 없다.
NAB Classic Banking은 조건 없이 유지비가 없고, Up과 ING Orange Everyday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은근히 중요한 게 해외 결제 수수료다. 시중은행 debit card는 해외 결제 시 international transaction fee가 붙는 반면, Up은 이 수수료가 0%에 Mastercard 환율을 마크업 없이 그대로 적용해준다. 해외 ATM 인출도 Up 쪽 수수료가 없다.
ING도 자체 international transaction fee와 해외 ATM 수수료가 없다(ATM 운영사가 따로 받는 수수료는 별도). 한국을 자주 오가거나 여행이 잦은 사람이라면 이것 하나만으로도 Up이나 ING 계좌를 열어둘 이유가 충분하다.

왜 세이버 계좌 선택이 중요한가
많은 사람들이 은행 앱에 처음 뜨는 숫자만 보고 계좌를 고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고금리 세이버 계좌는 “조건 충족 시” 최고 이자율이고, 조건을 못 채우면 기본 이자율이 0%대로 뚝 떨어지는 구조다.
즉 광고에 나오는 5%대 숫자는 매달 성실하게 조건을 채웠을 때만 받는 보너스 이자고, 이 조건이 은행마다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 진짜 비교 포인트다.

은행별 세이버 계좌 이자율과 조건 (2026년 7월 기준)
Up Bank는 작년까지만 해도 잔액이 전월보다 늘어야 보너스 이자를 주는 구조였는데, 지금은 Grow & Flow라는 이중 이율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조건은 딱 하나, 한 달에 카드 결제 5회.
이것만 채우면 그 달에 출금하지 않은 Saver는 Grow Rate 5.35%를 받고(합산 잔액 $250,000까지), 출금한 Saver는 Flow Rate 2.00%를 받는다. 입금 조건이나 잔액 증가 조건이 아예 없어져서, 개인적으로 조건 채우기는 네 곳 중 제일 쉬워졌다고 본다. 자세한 최신 조건은 Up 공식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ING의 Savings Maximiser는 여전히 네 곳 중 가장 높은 5.50%를 준다. 대신 조건이 제일 까다로운데, 매달 외부에서 $1,000 이상 입금하고, 카드 결제를 5회 이상 하고, Savings Maximiser 잔액까지 늘려야 세 가지가 전부 충족된다.
게다가 조건을 채운 그 달이 아니라 다음 달에 보너스 이율이 적용되고, 보너스는 계좌 하나에 잔액 $100,000까지만 붙는다는 점도 기억해둘 것.
CommBank의 GoalSaver는 5.00%(기본 0.25% + 보너스 4.75%)로, 매달 잔액이 늘어야 보너스가 붙는다. 조심할 건 오히려 NetBank Saver 쪽인데, 첫 5개월 동안만 5.20%의 인트로 이율을 주고 그 뒤엔 기본 이율인 2.10%로 뚝 떨어진다. 광고에서 크게 보이는 숫자가 영구 이율이 아니라는 것.
활용하자면 안 건드릴 목돈은 GoalSaver에 두고, 새로 계좌를 연 첫 5개월 동안 굴릴 돈만 NetBank Saver에 나눠 두는 식이 낫다.
ANZ는 기존 앱의 Progress Saver가 3.75%밖에 안 되기 때문에, ANZ를 쓸 거면 ANZ Plus 쪽으로 가는 게 맞다. Plus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생기는 Growth Saver가 매달 잔액을 $100 이상만 늘리면 5.10%를 주고, 출금 제한 없이 첫 $5,000까지 5.10%를 주는 Flex Saver도 추가로 만들 수 있다.
Up과 ING, 잘만 쓰면 시중은행보다 낫다
Up의 최대 강점은 Saver를 원하는 만큼 만들어서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건데, 여행·비상금·보증금처럼 목표별로 쪼개두면 돈이 모이는 과정을 훨씬 눈에 잘 보이게 시각화할 수 있다. 앱 자체도 아이콘이나 색감이 귀엽게 디자인되어 있고, 로딩이나 반응 속도가 빨라서 쓰는 재미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더해 앱 안에서 바로 해외송금이 된다. Wise가 내장되어 있어서 BSB나 SWIFT 코드 없이 국가와 은행, 수취인 정보만 넣으면 한국으로 보낼 수 있고, 수수료도 시중은행 해외송금보다 훨씬 싸다. 2Up이라는 공동 계좌 기능도 있어서 커플이나 셰어메이트끼리 모임통장처럼 쓰기 좋다. 참고로 계좌를 새로 만들 생각이라면 가입할 때 추천인 링크(hook.up.me/henryhwang)를 통해 가입하면 계좌 개설 보너스 $17를 받을 수 있다.
ING은 Orange Everyday 계좌 기준으로 월 유지비가 없고, 국내외 ATM에서 ING 쪽 수수료가 아예 없다(운영사 수수료는 별도로 붙을 수 있다).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 계좌로 옮겨주는 라운드업 기능에, 전기·가스 같은 utility 요금을 이 계좌로 내면 1%를 캐시백해주는 혜택(연 $100 한도)도 있어서 급여 계좌로 정리해두면 쏠쏠하다.

이런 사람에게 어떤 은행이 맞을까
지점 없이 앱으로 모든 걸 해결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Up Bank가, 급여 이체 계좌까지 한 번에 정리하고 부가 혜택도 챙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ING가 맞는 편이다.
반대로 오프라인 상담이 필요하거나 서류 문제가 걱정되는 사람은 CommBank처럼 지점망이 넓은 은행이 안전하고, 이미 ANZ를 쓰고 있다면 이참에 ANZ Plus로 넘어가서 Growth Saver를 챙기는 게 합리적이다.

이자율은 계속 바뀐다는 점을 기억하자
여기 정리한 세이버 계좌 이자율은 이 글을 쓰는 시점 기준이고, 호주 기준금리가 움직일 때마다 각 은행이 수시로 조정한다.
그러니 실제로 계좌를 개설하기 전에는 반드시 각 은행 공식 페이지에서 최신 이자율과 조건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걸 추천한다. 어차피 조건을 못 채우면 아무리 높은 광고 숫자도 의미가 없으니, 숫자보다는 “내가 매달 이 조건을 꾸준히 채울 수 있는가”를 먼저 따져보는 게 결국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세이버에 모은 돈으로 첫 집 생각이 있다면 FHSS 절세 제도 글도 같이 읽어보면 좋다.